본문 바로가기

노년의 위협

[건강위협]노인 흡연

정부 담뱃값 인상안과 함께 청소년 흡연 문제가 사회 문제로 부각됐지만 정작 의료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노인의 흡연 실태에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인 흡연은 수십년간 담배를 피운 생활습관이 굳어져 금연을 유도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노인들 스스로 "담배를 끊을 생각이 별로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인 흡연은 인지 기능을 떨어뜨리고 넓게는 치매와도 연관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만성질환 증상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인 남성 흡연율 26.1%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2013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남성 흡연율은 26.1%이다. 같은 연령대 여성 흡연율 3.8%의 6.8배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남성 흡연율 24.4%보다 오히려 1.7% 높다.

흡연은 만병의 근원으로 불릴 정도로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노인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흔한 질환은 고혈압(63.3%)과 백내장(35.85), 비만(33.8%), 폐쇄성 폐 질환(29.9%) 등의 순으로 일부는 담배와 관련이 깊다.

노인 4명 중 1명(24%)은 건강 문제나 장애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 등에 제한을 받고 있고 건강 관련 삶의 질 지수도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노인 건강 문제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흡연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젊은 시절에 한 흡연이 질병 발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노인이 될 때까지 담배를 끊지 못 했다면 결과적으로 건강 문제에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노인 의료비는 9조67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8.3%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의료비 26조4100억원 중 36.6%를 차지한다.

전체 의료비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30.8%에서 2011년 33.3%, 2013년에는 35.4%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노인들 "담배 끊을 생각 별로 없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심각하고 의료비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노인들은 금연에 관심이 부족한 경향을 보인다. 금연 정책이 청소년 등 젊은 층에 집중되는 데다 노인들 스스로 흡연에 관대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길게는 40~50년간 담배를 피우고도 정정한 노인들이 많다"며 "노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담뱃값 인상이 금연을 유도하기보다는 가난한 서민들 주머니를 털어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서울시 은평구에 거주하는 김경국(남·80세)씨는 "오랜 기간 담배를 피워왔고 금연 생각은 별로 없다"며 "그동안 경험으로 보면 솔직히 담뱃값이 1만원이 된다고 해도 담배를 줄이는 한이 있어도 금연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각박해진 담배 인심도 그렇지만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통해 거둔 세금을 국민 건강을 위해 온전히 쓴다면 누가 반대하겠느냐"며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이라면 담배회사를 없애면 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흡연은 인지 기능을 떨어뜨려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치매 유병률과도 무관치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50년 치매 환자가 217만명으로 증가하고 사회적 비용이 43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지난달 발표했다.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치매 노인 비중도 2012년 1.1%에서 2050년 5.6%로 5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선하 교수는 "노인 인지 기능은 생활습관 특히 흡연으로 인해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며 "흡연과 음주를 같이 하면 기능 저하가 더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치매 발생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