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한국인의 공통점 8가지…육체적 건강보다 환경에 적응해야
나이 탓, 남 탓 하지 말고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 필요
현재와 같은 장수 시대가 있어 본 적이 없다. 새로운 시대에 부응해 보다 건강한 장수를 누리기 위해서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하기 위해선 ‘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誡命)이 아니라 ‘해야 한다’는 강령(綱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 필자가 수십 년 동안 국내 백세인 연구를 하면서 장수인의 삶에 새겨진 건강 장수 행동강령을 정리하면 다음 여덟 가지다.
어르신들이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두를 빚고 있다. ⓒ 연합뉴스
■1. 몸을 움직이자
나이가 들어 삶의 패턴과 생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첫 번째 노력은 몸을 움직이는 데 망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백세인은 자신의 장수비결을 ‘자전거 장수론’이라고 표현했다. 계속 달려야 쓰러지지 않는 자전거처럼 몸을 쉬지 않고 사용했다는 것이다. 장수를 위해서는 노동이든 운동이든 몸과 마음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걷기다. 또 뜰을 가꾸든지 밭일을 돕든지, 지역 봉사를 위한 품앗이를 하는 것이다.
■2. 마음을 쏟자
단순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마음을 쏟아야 한다. 98세 때 시집을 출판해 베스트셀러가 된 일본의 시바타 도요는 “아흔여덟이라도 사랑은 하는 거야. 구름도 타고 싶은걸”이라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나이 듦이 세상사에 대한 관심을 끊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자신이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무엇이든 관심을 두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나이에 상관없이 감정을 과감하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한다. 대부분 백세인은 자신의 희로애락 감정을 발산하는 데 전혀 망설이지 않는다.
■3. 변화에 적응하자
과학기술의 혁명으로 일상생활의 패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본질까지 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집착적 사고는 안 된다. 나이가 많아도 새로운 사실을, 새로운 기술을 빨리 배우는 길만이 여생을 기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다가오는 변화를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내 삶의 터전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확대된다. 배움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이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듣고 즐겨야 한다.
■4. 규칙적이어야 한다
사람에게는 본디 규칙적인 생활 리듬이 있다. 이러한 일중리듬(circadian rhythm)은 모든 생리 현상과 생활 기능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은퇴 후 갖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가 일상생활의 리듬이 바뀌거나 소실된다는 점이다. 은퇴 전에는 직장이라는 시간 결정자(Zeit Geber)가 있어 출퇴근이 강제적이었다면, 은퇴 후에는 강제적 시간 결정자가 없다. 따라서 스스로 시간 결정 요인을 정하고 이에 맞추어 규칙적이고 리듬감 있는 생활을 마련해야 한다. 한 백세인의 며느리는 “5분만 늦어도 난리가 난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백세인의 생활이 얼마나 규칙적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식사 시간, 노동 시간, 마을회관에 나가는 시간, 장에 가는 시간 등을 정해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칙적이고 리듬감 있는 삶은 생체에너지 소모를 최저화하고 효율을 높이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줄이고 실패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경제적인 생활 방안이다.
■5. 절제하자
장수와 관련한 절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1999년 가을 호주에서 열린 국제노화학회 논의 내용은 일반인에게 건강 장수를 위해 권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였다. 오랜 토론 결과로 저명한 학자들이 합의해 내놓은 결론은 단순 명료했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것도 무리하지 말고 적정선에서 중용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적절한 영양, 적절한 운동, 적절한 스트레스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과식은 물론 당시 유행했던 ‘소식’도 아닌, 적절한 영양 섭취가 강조됐다. 운동도 너무 심하면 안 되고, 또 너무 하지 않아도 안 된다고 했다. 너무 과다한 스트레스는 물론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무념무상의 상태도 좋지 않다고 했다.
■6. 나이 탓하지 말자
일반인은 나이 탓을 하며 어떤 일을 그만둘 때가 많다. 일본 백세인 미야자키 히데키지는 92살에 달리기를 시작해 100세에 100m를 30초에 주파했다. 파키스탄계 영국 백세인 파루자 싱은 100세에 마라톤 코스를 완주했다. 이 밖에도 100세에 히말라야 등반을 하거나 수영 1500m를 완영하는 기록들을 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들은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 상태를 100세에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19세기에 노인의 정의를 내릴 때 사용한 65세라는 연령도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의해 임의로 설정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봄 직하다.
■7. 남 탓을 하지 말자
나이가 들었다고 남이 내 일을 대신해 주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가 들면 으레 누가 나 대신 내 일을 해 줄 것이라고 착각한다. 백세인은 자신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거나 생활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가 직접 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서 모른다는 핑계도 더 이상 댈 수 없다. 배우면 될 것인데, 배우지 않고 불평만 해 봐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 어렵고 익숙하지 못해도 조금씩 배우면 된다. 남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불평은 장수사회에서는 금물이다.
■8. 어울리자
나이가 들어 혼자 남으면 외롭고 우울증에 빠져 건강에 매우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일을 막는 방법은 함께 어울리는 일이다. 그것도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한다. 가족과 이웃과 친구와 모든 일을 함께 어울려 하는 노력을 일찍부터 기울여야 한다. 강원도 깊은 산속의 독거노인 집을 찾았을 때, 방 윗목에 수북이 쌓인 비스킷·과자·빵을 봤다. 그런 것들을 좋아하냐고 묻자 그 백세인은 “동네 사람들이 오면 주려고 사놓았다”고 답했다. 정을 먼저 베푸니까 이웃들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압권은 강원도 화천군 산속에서 오고 가는 데 각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매주 한 번씩 서로 오가는 백세인의 우정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대화를 나누고 생활을 함께해야 하며 어울리기 위해서는 먼저 줘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취미 활동이나 봉사 활동에도 어울려야 한다. 어울림은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게 해 노년의 기쁨을 준다.
경로의 날인 9월19일 나무 덤벨을 들고단체체조를 하는 일본 노인들 ⓒ EPA 연합
일본 건강 장수 가이드라인 12조
최고 장수 국가인 일본의 도쿄건강장수연구소는 ‘건강 장수 가이드라인 12조’를 새롭게 만들었다. 단순히 신체 건강 위주의 장수 지침에서 노인의 사회활동 개혁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1. 하루에 먹는 음식 종류를 10가지 이상 늘리자.
2. 구강 관리를 철저히 하고 씹는 힘을 키우자.
3. 일상생활 운동으로 보행력과 근력을 높이자.
4. 하루 한 번 이상 외출하고, 사람들과 어울리자.
5. 호기심을 키우고 낙천적으로 살자.
6. 집에 넘어지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사레 걸리지 말자.
7. 건강식품과 보조제는 제대로 알고 먹자.
8. 동네 사람들과 거리를 잘 아는 지역력(地域力)을 키우자.
9. 노쇠는 영양 관리, 체력 증진, 사회 참여로 해결하자.
10. 잘 먹고, 잘 걷고, 잘 말해서 치매를 막자.
11. 만성질환 관리하는 지식을 갖자.
12. 인생 말기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우자.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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