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살다 보면 시기에 따라 새로운 호칭을 듣게 된다. 어느덧 할아버지나 할머니라는 호칭을 처음으로 듣게 되면 대개 깜짝 놀란다. 이제부터라도 지난 세월을 아쉬워하기 보다는 새로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누구나 노화를 피할 수 없다. 오히려 건강하고 품위있게 늙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현명한 자세이다. 이를 위해서는 뇌를 비롯한 신경계의 건강이 중요하다. 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면 걷거나 의사소통을 못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스무살이 되면 건강한 사람의 뇌에서도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원세포가 약 20만 개씩 매일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어마어마한 수가 매일 죽어가는 것 같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인간의 뇌에는 신경원세포가 약 2조 개 정도 존재하기 때문에 100세까지 산다고 해도 자연적으로 없어지는 세포수는 전체의 1%도 안 되기 때문이다.
다만 신경세포의 파괴를 가속시키는 질환이 문제가 된다. 뇌신경세포는 다른 세포와는 달리 일단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뇌세포가 파괴되는 원인을 미리 찾아내 일찍 제거해야 한다. 신경세포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소의 결핍상태를 일으켜 뇌세포들이 죽어가는 뇌혈관 질환이나 특정 신경세포가 불분명한 이유로 빠른 속도로 죽어가 치매나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몇몇 퇴행성 질환이 노년기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질환이다.
뇌졸중과 치매
뇌졸중은 뇌혈관의 혈액 흐름에 문제가 발생해 혈액을 공급받고 있는 뇌조직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상태를 말한다. 보통 사람 뇌의 무게는 1300~1500 그램으로 체중의 2~3% 밖에 되지 않지만 뇌는 전체 혈액의 15~20% 정도를 공급받기 때문에 자신의 무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5~10배 가까운 많은 혈액을 사용하며 그만큼 혈관도 많이 분포되어 있다. 따라서 혈액이 많이 흐르는 만큼 뇌혈관 안에서도 사고, 즉 뇌졸중이 많이 발생한다.
뇌는 혈액 속의 산소와 포도당을 영양분으로 사용하는데 혈류가 차단되어 이 두 가지가 잠깐이라도 공급되지 않으면 뇌신경세포들은 즉시 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이 상태가 수시간 지속되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다.
치매란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기질적인 뇌 손상을 일으키는 각종 질환으로 인하여 지적 능력을 상실하는 경우를 말한다. 언뜻 보면 정신병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정신병과는 다르다. 초기에는 기억력이 감퇴하고 의사를 즉각 표현하지 못하며 차츰 방향감각이 떨어지고 계산을 실수하는 한편 성격도 변한다. 따라서 이런 증세가 보이면 일단 치매 초기를 의심하고 전문기관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
혈관성 치매는 우리 나라의 경우 전체 치매질환 원인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며 뇌졸중과 마찬가지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이 있는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고혈압이 가장 무서운 위험요인이다.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혈관벽이 단단해지고 부분적으로 부풀어 꽈리처럼 되기도 하며(그림1) 혈관이 실타래처럼 꼬이거나 구부러지는 현상이 일어난다(그림2). 이런 혈관들은 파열되어 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가느다란 혈관들은 혈관벽의 근육층이 두꺼워져 혈관구멍이 좁아지게 되고 결국 막히게 된다.
큰 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되면 반신불수, 언어장애 등 뇌졸중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가는 동맥에 이런 변화가 뇌 전체에 걸쳐 생기면 만성적인 허혈상태가 뇌백질에 발생하고 이는 신경전도속도를 떨어뜨려 치매와 보행장애 등을 서서히 일으킨다. 이를 빈즈뱅거병이라고 한다.
또한 가느다란 혈관이 막혀 아주 작은 경색이 발생하면 손상된 뇌세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장애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작은 장애가 계속 누적되어 신체장애와 함께 치매가 발생해 ‘다발성 뇌경색성 치매’라는 상태(그림 3)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혈관성치매도 있지만 일회의 뇌졸중에 의해서도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뇌조직 중에서 기억이나 행동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위에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일순간에 치매환자처럼 기억을 잃어버리고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건강한 뇌를 지키자
뇌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품위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중년기부터 다음과 같은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혈압을 자주 측정해 높으면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측정하고 높으면 식이요법, 운동, 약물 등으로 낮춘다. 흡연은 뇌졸중도 일으키거나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장기간 술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 자체가 뇌세포를 파괴하고 뇌세포의 기능에 필요한 영양소를 결핍시켜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 뇌로 혈액을 보내는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에 병이 있으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고 심장 안에 혈전이 생겨 색전증으로 인한 뇌졸중이 발생해 혈관성 치매가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만증이 있으면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림으로써 정상 체중이 되도록 노력한다. 뇌동맥경화증이나 심장병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나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투여해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한다. 목에 있는 경동맥 협착증 때문에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거나 뇌졸중이 발생한 경우에는 혈관을 넓혀 주는 시술을 해야 한다.
또다른 예방법으로는 치매가 머리를 많이 쓰고,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적게 발생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지적인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폐경기 후의 여성들은 필요하면 여성호르몬을 투여함으로써 심장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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